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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것
작성자 : 이경태
조회 : 2166|작성일: 2001/06/08 [13:09]
나는 백수다. 남들처럼 직장생활을 안해봐서 아직까지는 세상에 그다지 물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조금은 순수한 면이 남아 있다는 야그) 사실 여기서야 어린나이지만 29이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 언제 술한잔 해야지"(아마 여자들은 "차한잔 해야지."일거다) 나는 예전에 누군가가 이런말 하면 바로 그자리에서 '몇월며칠 몇시에 어디서'까지 약속을 정해버리고 아무생각없이 그말을 꺼낸 이를 당황하게 만들곤 했다. 나는 사실 함부로 약속을 하진 않는다. 약속을 하고 나면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녔기에...
나는 거의 10년간을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각종 공과금부터 시작해서 돈에 관한한 거의 칼이었다. 연체된적도 없었고... 그래서 신용불량자니 뭐니 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사람이 한심해 보였다. 난 누군가와 금전거래를 할때 몇월 며칠날 갚는다는 약속을 받고 그날까지는 아무말 않고 있다가 그날까지 돈을 못받으면 그인간은 몇달며칠이고 나에게 시달려야 했다.
난 시계방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시간에 대한 관념은 철저했다. 누군가와 약속을 하여 5분이상 늦으면 무지 열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1시간을 늦어도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경매로 집을 낙찰받아서 그집에 살고 있는 이들을 보면(오죽했으면 경매를 당했겠는가?) 대부분 40~50대들이다. 그 나이에 겨우 방두칸짜리 집 달랑 한채에 그나마 경매 당한 이들이 사실 한심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자녀들을 생각하는 마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보면 요즘은 괜히 불쌍해보인다. 나이도 어린 나한테 존대말 쓰면서 제발 사정좀 봐달라고 하는 그들이 말이다.
물론 경매를 하면서 이런 감상적인 측면은 전혀 도움이 안될것이다. 하지만 사실 내가 조금이라도 그들보다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들의 편의를 봐줄려고 노력은 한다. 그리고 그런 좀 나쁘게 말하면 약속을 밥먹듯이 어기는 그런이들(자의이건,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든)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밥먹듯이 어기는 그들의 신용,약속에 열받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나도 참 많이 변한것 같다. 이제는 아무생각없이 아무에게나 '언제 술한잔 하지'라는 공수표를 남발할 수 있게 되고, 전기나 도시가스등이 끊길 때까지 버텨도 아무생각없이 지낼 수 있게 되고, 의료보험비를 2년가까이 안내고도 (가압류들어올때까지 버텨야지. 근데 갑자기 2배나 뛴 이유는 무엇인고...?)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되고 월세가 1달,2달 밀려도 빨리 입금시켜 달라는 말한마디 하고 열안받는 것,,,이게 세상을 알게 되는거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세상을 좀 더 여유있게 볼 수 있게 되는것,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좀 더 다원적인 관점을 지니는 것 ......예전에는 전혀 이해할수도 이해하기도 싫었던 인간이나 현상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수 있는것...이것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같다
설혹 세상이 자기 마음먹는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이해할 수있는것--설혹 필님이 예전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지 않고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팬들이 여전히 좋아해주는 것 , 예전처럼 오빠부대가 아니라 보다 성숙한 요구를 할 수 있는것 ... 이것이 바로 나이를 먹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전혀 말도 안되는 이런 헛소리, 비논리적인 글을 적고 있다는 것도 조금은 뻔뻔해진 나의 모습의 반영이 아닐까나....^^(그냥 별생각없이 적어봤습니다.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