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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스테이지를 처음 봤을 때
작성자 : 해질무렵 조회 : 2310 | 작성일: 2019/03/29 [10:42]
주소복사 :

 

“최태완 : 그거 맞추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여기서 그거는 바로 무빙 스테이지!!

 

저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무빙 스테이지를 처음 봤는데요.

무대가 갑자기 왜 저러지?... 하고 무슨 사고난줄 잠시 착각했었어요.

그것은 마치 (과장을 조금 보태본다면) 땅이 갈라지는 것 같았다는...

주로 2, 3층에서 공연을 봐서 필님이 무빙 스테이지를 타고 다가온들

필님과의 그 거리는 거의 좁혀지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마냥 신기했어요.

 

인터뷰 자체는 2011년 필님 상반기 투어 끝난 시점에서 한 것인데

사운드네트워크 게시판에 다시 올라온 것은 작년 8월이네요.

두 명씩(최희선/김선중, 이태윤/최태완) 인터뷰한 것을 취합한 것인데,

아쉽게도 이종욱님은 빠졌네요.

 

오래된 인터뷰이지만, 필한기이니 이해를 바라며 올려봅니다!

 

원문(전문) 링크

http://ksoundlab.com/xe/mook_interview/14301

 

 

S_위대한탄생1.jpg


[대중음악SOUND 3호/2011년] 특집 ‘대중음악 현장인력 탐방’

[인터뷰]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최희선, 김선중, 이태윤, 최태완 (2011년)

 

일시 : 2011년 7월 3일(일), 오후 3시

장소 : 항공대학교 축구장

인터뷰 : 최희선, 김선중

 

일시 : 2011년 7월 5일(화), 오후 7시

장소 : 압구정동 커피빈

인터뷰 : 이태윤, 최태완

정리, 글 : 권석정(유니온프레스 기자)

진행 : 박준흠(대중음악SOUND 발행인)

※ 기사는 따로 진행된 두 번의 인터뷰를 취합함

 

권석정 :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전반기 전국 투어를 마친 상황이다. 쉬는 기간일 텐데 각자 근황은 어떤가?

최희선 :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외에 크고 작은 공연들 한다. 내가 기타 브랜드가 길모어 모델인데 그 회사에서 주최하는 공연이 얼마 안 남았다. 지금 조용필 19집 앨범 준비도 하고 있고 따로 내 솔로앨범 준비도 하고 있다. 쉴 때는 항상 다음 공연 준비를 한다.

김선중 : 공연의 연장선이다. 위대한 탄생의 공연이 끝나도 다음 공연을 위해 항상 개인 연습을 한다. 그 외에는 학교 강의가 많다.

 

권석정 : 이번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공연은 무빙 스테이지가 화제가 됐다. 합주 시 모니터링 등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최태완 : 이번 투어 연습 때는 무빙 스테이지 때문에 특히 예민해졌다. 인이어를 끼고 있어서 모니터링은 된다. 원래 합주를 몸으로 느끼면서 해야 하는데 다들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감이 좀 떨어지긴 한다.

 

권석정 : 무빙 스테이지의 이동과 곡의 전개가 딱 들어맞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최태완 : 그거 맞추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우리가 호흡을 맞춘 지 20년 가까이 돼서 밴드 합주에 어려움은 없었는데 무빙 스테이지 연습이 무척 어려웠다.

 

권석정 : 각자 어떻게 프로연주자로 활동하게 됐나?

최희선 : 나는 원래 축구선수로 고등학교를 갔는데 숙소 생활하는 것이 싫었다. 밤에 몰래 나가서 가발 쓰고 무교동 클럽에서 음악을 시작을 했다. 1977년이었는데 그때는 강남에 번화가가 없을 때였고 무교동에 고고클럽들이 많았다. 거기서 연주를 시작했다. 레코딩을 처음 한 것은 1980년대 초 최헌과 불나비라는 밴드였다. 서울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는데 그것이 프로 데뷔였던 것 같다. 그 이후에 여러 가수들이 기타 연주, 편곡을 해달라고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스튜디오 세션연주자, 편곡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10년 정도 하다가 위대한 탄생에 들어와 리더를 맡고 나서부터는 다른 활동은 거의 안 하고 있다.

 

김선중 : 고등학생 때부터 클럽 생활을 했었고 1987년에 지해룡이 보컬리스트로 있었던 무당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 무당이 자연농원 장미축제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때 이선희가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녹화를 하러 왔었다. 그때 매니저가 나에게 이선희의 백밴드인 ‘한강’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더라. 난 무당이 좋아서 거절했다. 이후 무당이 깨지고 한강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에는 가수들이 전속 밴드를 데리고 다녔다. 한강을 하면서 ‘주병진 쇼’, ‘밤으로 가는 쇼’와 같은 TV 토크쇼 백밴드를 하기도 했다.

 

최태완 : 나는 고등학교 때 교내에서 밴드를 했다. 당시 동창이었던 하광훈, 다른 학교에 있던 박강영, 최호섭과 같이 밴드를 했다.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이두헌, 임형순, 박강영과 다섯손가락으로 활동했다. 당시까지 음악은 취미였는데 <새벽기차>가 뜨면서 본의 아니게 데뷔를 하게 됐다. 그런데 나는 그냥 음악을 잘하는 일반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다섯손가락을 관뒀다. 이후 그냥 아르바이트로 가수 반주를 시작했는데 최백호, 노사연의 뒤에서 연주를 하게 됐다. 그러다가 김현식의 눈에 띄었다. 그 당시에 김현식이 김종진, 전태관, 박성식, 장기호와 봄여름가을겨울로 음반을 낸 상황이었다. 내가 그 밴드에 들어가서 봄여름가을겨울 사이의 ‘환절기’가 됐다(웃음). 김현식과 공연을 계속 하다가 송홍섭의 눈에 띄어서 1987년에 스튜디오 세션을 시작했다.

 

이태윤 : 나는 중2 때 교회 가스펠 밴드에서 드럼을 쳤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브라스 밴드에서 트럼펫을 불었다. 베이스로 전향한 후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서대문에 있는 서문 악기사에 갔다가 은평구에서 유명했던 기타리스트 김태원을 만났다. 둘이 주축이 돼 밴드를 조직했다. 디 엔드(The End)라는 밴드였는데 내가 팀 이름을 ‘부활’로 바꿨다. 당시 멤버가 나와 김종서, 김태원, 이지웅, 황태순 이렇게 다섯 명이었다. 나는 컨템퍼러리 성향의 팝적인 록이 좋아했는데 김태원이 헤비메탈을 고집해서 부활을 나왔다. 그리고 1986년 박미경, 김건모와 ‘박미경과 환희’라는 밴드를 조직했다. 당시 김건모는 건반을 연주했다. 1년 쯤 뒤 건아들 선배들의 권유로 당시 최고 인기 밴드였던 송골매에 들어갔다. 당시 구창모, 오승동 등이 나가고 배철수, 이봉환, 김정선이 남은 상황에서 내가 베이스 겸 보컬로 들어갔는데 그것이 프로 데뷔일 것이다. 송골매로 방송, 나이트클럽에서 활동하다가 1989년 레코딩을 시작했고 그때 최희선도 만났다.

 

최희선 : 당시 송골매는 우리랑 풍전나이트에 있었다.

 

권석정 : 미8군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나이트클럽이 프로연주자들의 주 활동 무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최희선 : 나 때는 미8군이 거의 끝나고 밴드가 활동할 곳이 무교동, 이태원밖에 없었다. 미8군이 거의 끝물이었고 강남이 없던 시절이니까. 그러다가 통금이 풀리고 강남에 유흥가가 생기면서 나이트클럽이 늘어났다. TV 방송이 활성화된 때도 아니어서 밴드들은 나이트클럽이 아니면 활동할 곳이 없었다. 그리고 프로페셔널한 실력이 안 되면 거기에 설 수조차 없었고. 당시에는 제일 좋은 나이트클럽에 서는 밴드가 가장 잘하는 밴드였다고 보면 된다.

 

김선중 : 당시는 프로 연주자들, 그 중에서도 최고로 연주를 잘하는 사람들이 다 나이트클럽에서 활동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최고의 연주자들, 그룹사운드 구경하러 다 나이트클럽으로 갔다. 사랑과 평화, 세븐돌핀스, 김희현, 배수연과 같은 선배님들이 다 그곳에 계셨다. 세종호텔, 하얏트호텔 등등.

 

최희선 : 나도 그때 거기에 있었다. 내가 또래 연주자들보다 일찍 활동을 시작했다.

 

이태윤 : 당시 최희선이 활동했던 때는 나이트클럽이 활성화될 시기였다. 당시 최고 호텔 직영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것이 플레이어로서 최고의 영광이었다. 90년대 초반까지 그랬다.

 

김선중 : 당시에는 나이트클럽에 출연하는 밴드를 따라서 여성 팬들이 움직였다. 그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권석정 : 어떤 밴드들이 있었나?

최희선 : 지금 전설이라 불리는 선배들이 다 있었다. 우리나라 밴드 음악이 미8군에서 나이트클럽으로 넘어갔다고 보면 된다. 신중현, 윤항기, 김홍탁, 자니 리 등이 있었고 뒤를 이어 조경수, 김훈과 드리퍼스, 최헌, 검은 장미, 조용필 등 다양한 가수들이 활동했다. 조용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히트한 후 대마초 때문에 묶여서 방송에 나가지 못하자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곳에 여러 가지 장르가 다 있었다. 소울 하는 데블스, 블루스 하는 박광수, 록 하는 김태화와 라스트찬스도 있었다.

 

권석정 : 어떤 클럽들이 있었나?

최희선 : 타워, 홀리데이, 닐바나, 오비스캐빈, 미도파사롱, 코스모스 회관, 이태원의 킹클럽, 세븐클럽, 무교동에 태평양, 아이앰유, 너랑나랑 등이 유명했다.

 

권석정 :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는 어떻게 가입을 하게 됐나?

이태윤 : 송골매가 해체되고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스튜디오 세션을 하다가 1991년에 대신고등학교 후배였던 이승철의 밴드 ‘미래로’를 최희선, 최태완과 함께 시작했다. 미래로가 잘 안 되고 1993년에 김희현의 권유로 최희선, 최태완, 그리고 내가 그대로 위대한 탄생으로 가입하게 됐다.

 

최태완 : 조용필이 뮤직파티란 밴드와 함께 활동하다가 다시 예전처럼 위대한 탄생을 하고 싶어 했다. 새로운 연주자들을 꾸리려고 김희현에게 일임해서 우리가 만나게 된 것이다.

 

김선중 : 조용필이 본래 위대한 탄생을 하다가 중간에 일본 연주자들을 데려다가 ‘괜찮아요’라는 밴드를 만들기도 했다. 나는 조용필과 뮤직파티에서 1991년부터 2년 정도 드럼을 쳤고 2004년에 위대한 탄생으로 복귀했다.

 

권석정 : 조용필은 인터뷰에서 “내가 만든 음악을 하려면 난 절대적으로 밴드가 필요한 가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 밴드라고 봐야 하나? 세션 팀으로 봐야 하나?

최희선 : 밴드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라는 밴드로 보는 것이 맞다. 출발도 그랬고.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아이들이 백댄서가 아니고 하나의 팀인 것과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조용필의 앨범재킷을 자세히 보면 뒷면과 속지에 위대한 탄생 멤버들 사진이 다 들어가 있다. 그런데 조용필 입장에서 초창기에 멤버들이 계속 바뀌니까 위대한 탄생 접고 자기 이름으로 앨범을 내기 시작했다. 1993년에 위대한 탄생이 재결성되고 15집부터 다시 밴드체제로 갔다. 15집에서는 위대한 탄생 멤버들이 조용필과 곡도 다 같이 만들고 편곡까지 끝냈다.

 

권석정 : 위대한 탄생에는 송홍섭, 최이철, 김희현, 김택환, 박청귀, 이호준, 변성룡, 이건태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베테랑 연주자들이 두루 거쳐 갔다. 이외에 잠시 몸담았던 연주자들을 꼽자면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최희선 : 현재 여러 자료가 나와 있는데 왜곡된 것도 많다. 유재하는 좋은 곡을 쓰긴 했지만 위대한 탄생에서는 연주자로서 그렇게 두드러지게 활동하지는 않았다. 위대한 탄생에 당시 기라성 같은 연주자가 많았다. 당시 각 파트에서 최고가 아니면 위대한 탄생에 거론이 되지 않았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과 같다고 봐도 된다.

 

권석정 : 조용필이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내 생각에는 위대한 탄생이라는 밴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한다. 보통 합주량은 얼마나 되는가?

최희선 : 이제는 워낙 밴드가 오래 되다 보니 예전보다 합주하는 시간이 줄었다. 그래도 오전 10시에 시작하면 밤 10시까지는 한다. <돌아와요 부산항>을 그렇게 수없이 불렀어도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사실 웬만한 밴드가 열 번 해야 나오는 사운드를 우리는 한 번만 해도 나온다. 그런데 그 밴드들이 열 번 연습할 때 우리는 백 번을 한다. 그런 차이가 있다.

 

권석정 : 공연 준비 일정은 대개 어떻게 진행되는가?

최희선 : 우선 날짜가 잡히면 약 한달 전에 조용필과 내가 연습실에 캠프를 차리고 선곡, 편곡 등을 정리한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멤버들이 다 모여 매일 12시간 넘는 강행군에 돌입한다.

 

권석정 : 각자 위대한 탄생 외에 세션연주자로 왕성하게 활동했는데 몇 장이나 레코딩했는지 혹시 알고 있나?

일동 : 너무 많아서 다 기억하지 못한다.

 

최희선 : 내가 편곡한 곡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집계된 것이 2,000곡정도 되더라. 그 외에 기타 세션은 언제 누구 것을 했는지 다 기억이 안 난다. 최근에 음실련(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서 인접저작권 때문에 자기 연주를 확인하라고 해서 찾아봤더니 당시 누군지도 몰랐던 박진영 앨범을 내가 녹음했더라(웃음). 김수철의 앨범에도 많이 참여했는데 사실 내가 김수철보다 기타를 더 많이 연주한 경우도 많았다. 그것이 일일이 표시가 안 돼 있어서 일반인들은 모르지만. 내가 한창 세션을 많이 할 때 우리 세션 팀에 함춘호가 리듬 기타리스트로 들어와 함께 활동했다. 이후 함춘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세션 기타리스트로 성장했다. 아마 기타리스트를 통틀어 가장 많이 녹음을 했을 것이다.

 

김선중 : 내가 연주한 곡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기록된 것들이 2천곡 정도 되는데 거기에 안 올라간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나도 알 수 없다. 내가 참여한 앨범을 판매된 양으로 따지면 아마 수천만장이 될 것이다.

 

권석정 : 이태윤과 최태완은 함춘호, 강수호와 함께 현역 연주자들 중 가장 많이 스튜디오 세션을 한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최태완은 봄여름가을겨울 2집에도 참여했는데 그런 퓨전 재즈는 당시 생소한 스타일이 아니었나?

최태완 : 글쎄, 그런 음악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시도였다. 그런 스타일이 앨범으로 나온 경우가 전에는 사랑과 평화가 있었고 그 이후 특별한 밴드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연주 면에서 봤을 때 그렇게 획기적인 연주는 아니라고 본다. 녹음을 많이 하지 않았을 뿐이지 연주자들은 이미 그런 연주 스타일을 좋아했으니까.

 

권석정 : 이태윤은 패닉의 2집 [밑]에 참여해 <UFO> 등의 수록곡 대부분을 연주했다. 패닉 2집은 탁월한 창작력과 함께 당시 획기적인 연주로도 주목받았다.

이태윤 : 그렇다. 획기적인 연주였다. 그런데 우리 연주자들은 늘 그런 획기적임 속에 산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음악을 아무렇지도 않게 연주하고 창작하면서 산다.

 

권석정 : 최근에 녹음했던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 있나?

이태윤 : 나는 최근에 YG엔터테인먼트의 투애니원, 빅뱅의 앨범에 참여한 것이 신선했다. 사실 우리처럼 40대 후반으로 가면 십대 취향의 아이돌 그룹의 레코딩에 참여하기 힘들다. 얼마 전에 최태완과 함께 박봄의 싱글을 녹음하고 연주영상도 촬영했는데 무척 즐거웠다.

 

권석정 : 최신 아이돌 음악을 연주할 만큼 트렌디한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이태윤 : 20년 넘게 꾸준히 제일선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이든 기본적인 감각이 있다. 물론 요즘 걸그룹의 음악에 있어서 편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감각은 떨어질지 몰라도 그 음악에 나의 연주가 어떻게 적용돼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문제없다.

 

권석정 : 이태윤은 한상원의 [Funky Station]에도 참여했다. 한상원의 앨범과 박봄의 앨범에 참여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이태윤 : 일단은 메인이 되는 뮤지션이 다르다는 차이가 있다. 한상원은 음악적으로 아카데믹한 뮤지션이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충실한 내용이 필요하고 세세한 테크닉도 중요하다. 또 한상원이 블루스가 살아있는 뮤지션이라는 특징을 유념해야 한다. 박봄의 작업은 디테일한 음악적인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그루브를 위주로 생각해야 한다.

 

권석정 : 직업 특성상 거의 모든 장르를 연주해야 하지 않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최태완 :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그런 부담감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가수와 녹음을 하는데 트로트, 록, 스윙, 훵크 등 모든 장르가 다 나오니까. 어떤 음악을 녹음하는지 알지 못한 채 스튜디오에 도착해 즉석에서 연주해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김선중 : 서태지가 공연 때 사용할 음원을 녹음해준 적이 있다. 당시 서태지는 주로 외국 연주자들과 앨범 작업을 했는데 외국에서 겪은 이야기를 해주더라. 외국 연주자들은 대개 자기의 특기 분야가 정해져있다. 서태지가 댄스뮤직을 하는 연주자를 불러다 녹음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 록을 하나 더 녹음해달라고 부탁했더니 단번에 거절하고 다른 연주자 연락처를 줬다고 하더라. 그래서 받은 연락처로 연락했더니 록 전문 연주자가 와서 금방 녹음하고 가더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시장이 크기 때문에 그런 전문화가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절대 그럴 수 없다. 우리나라는 시장의 특성 상 대개 한 앨범을 한 연주자가 다 녹음해야 한다. 다양한 음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만약에 하나라도 즉석에서 해내지 못하면 다시 부르지 않는다. 만능 연주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권석정 : 레코딩 시에 연주자가 즉석에서 악기 편곡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연주자의 개성이 음악에 크게 반영된다는 것을 뜻한다. 즉석에서 편곡하는 경우와 악보를 받아서 그대로 연주하는 경우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

이태윤 : 악보를 안 주는 경우가 80~90%다. 거의 대부분 연주자들이 즉석에서 악기 편곡을 하고 녹음한다.

 

최태완 : 연주자에게 편곡비를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만큼 연주자들이 편곡에 실질적으로 많이 참여를 한다. 어떤 경우에는 편곡자가 아이디어가 없는 상황에서 연주자의 힘을 빌어서 녹음을 마치는 경우도 있다.

김선중 : 악기 편곡은 원래 연주자가 한다고 쳐도 심지어 코드도 없이 멜로디 악보만 가지고 와서 연주자들에게 막무가내로 편곡을 부탁하는 경우도 많다.

 

권석정 : 그런 경우는 곡의 완성에 있어서 연주자의 비중이 큰 것이 아닌가?

김선중 : 큰 정도가 아니다. 편곡자가 진짜 편곡을 치밀하게 해서 “이 부분은 연주가 이러이러하게 나와야한다”는 식으로 악보를 만들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데 연주자들의 몫이 크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그런 것을 잘 모르니까 우리 역할이 특별히 부각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권석정 : 편곡에 깊게 관여함에도 부각이 되지 않는 부분은 억울할 만도 하겠다.

김선중 : 그렇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 연주자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아무리 연주를 잘 해도, 곡의 완성도에 기여를 해도 가수나 작곡가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 한다.

 

권석정 :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연주자들의 역할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최희선 : 그렇게 된 데에는 연주자의 잘못도 있다. 연주자들이 활동을 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가수들의 부름에 너무 수동적으로 반응해왔다. 그러다보니 가수들이 연주자들을 무슨 인부 부르듯이 불러다 쓰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음악이 없던 시절에는 연주자의 위상이 지금보다 높았다. 당시에는 연주자가 없으면 편곡이 불가능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컴퓨터로 찍어서 편곡이 가능하지 않나? 그러다보니 연주자가 더욱 도태되는 것 같다. 하지만 연주자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은 분명 존재한다. 우리 연주자들이 더욱 살아있는 음악을 들려줄 필요가 있다.

 

최태완 : 연주자들의 앨범이 그동안 많지 않았던 것도 조명을 받지 못하는 큰 이유다.

 

권석정 : 함춘호 씨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6월 22일 대중음악 전문공연장 개관식에서 발표한 대중음악 지원방안의 대상에서 연주자들이 배제된 것을 비난한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최희선 : 나도 같은 생각이다. 대중음악을 가수들끼리만 발전시킨 것도 절대 아니고 그것이 있기까지 분명 연주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가수들이 조명을 받을지언정 연주자들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외면당하는 현실이 문제다.

 

이태윤 : 그것은 문화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양상이 아닌가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대중예술에 관해서 후진국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일본을 비롯해 유럽을 보면 연주자들의 위상이 높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연주자들이 마치 가수들의 스태프처럼 비하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대중예술과 관련된 정부 산하기관에서 연주자들에게 무관심한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중음악 발전에 기여해온 많은 원로 연주자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태완 : 정부 차원에서 연주자들이 나갈 만한 음악 프로그램을 편성하게끔 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대중음악 연주자들이 나갈만한 나갈 만한 TV 프로그램이 EBS <스페이스 공감> 정도밖에 없다. 예전에 케이블 채널이 생긴다고 했을 때 연주자들이 나갈 만한 프로그램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 종편이 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권석정 : 각자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최희선 : 절제다. 절제가 돼야 하고 정리정돈이 돼 있어야 한다. 어느 한 군데 죽여주는 기술보다는 전체 흐름에 있어서 완급 조절과 구성이 중요하다. 나아가 음악 전체의 사운드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이태윤 : 정확하게 연주해야 한다. 특히 박자가 정확해야 한다. 우리나라 연주자들이 박자에 약하다. 박자를 잘 맞추는 연주자가 돼야 한다. 박자는 무시하고 그루브, 필링만 강조하면 속된 말로 ‘마구리’가 될 수 있다.

 

최태완 : 나는 깨끗함이 중요하다. 화성, 비트 모든 것이 깨끗해야 한다.

김선중 : 무조건 연습. 연주자는 어떤 연주에 대해서라도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일이 닥쳤을 때는 실력을 쌓을 시간이 없다.

 

권석정 : 후배 연주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희선 : 요즘 젊은 연주자들을 보면 실력들은 좋은데 방향성 없이 너무 연습만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태윤 : 프로연주자가 되기 위해 세션을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하는 것은 어쩌면 운전보다 운전면허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식으로는 절대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없다. 일단은 장르를 논하지 말고 수많은 음악을 듣고 카피하고 리듬, 코드 등을 공부하되 자기 음악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즐기지 못하고 공부만 하면 지친다.

 

최태완 : 요즘 학생들이 테크닉은 매우 좋다. 심지어 가르치는 선생님보다 테크닉이 더 좋은 학생도 있다. 그런데 테크닉으로만 너무 파고들다보니 기본이 충실하지 못하다. 기본에 충실해야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있다. 너무 눈에 띄고 화려한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쉽다.

 

김선중 : 요즘 아이들은 깊이가 없다. 인터넷에 널린 게 자료이고 이것저것 조금씩 카피하다보니 흉내는 내는데 진득함이 없다. 겉보기에는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깊이가 없으니 자기 색이 없다. 나 같은 경우 테크닉을 연마할 때 몇 년 동안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해서 하나씩 늘려 갔는데 요즘 애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요즘은 컴퓨터음악이 발달한 이유도 있겠지만 연륜 있는 연주자들이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위대한 탄생이 현역 연주자 중 최고참 축에 드는데 우리보다 선배들의 경우 연주 실력이 떨어져서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기회가 적다. 티나 터너 같은 외국 뮤지션의 최근 공연을 보면 밴드가 가수와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연륜 있는 밴드를 보기 힘든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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